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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섬에 내가 있었네 (양장) - 故 김영갑 선생 2주기 추모 특별 애장판
휴먼앤북스(Human&Books)
김영갑 지음
2007-05-27
대출가능 (보유:1, 대출:0)
1957년 충남 부여에서 태어났지만, 세상을 떠나기 전 이십여 년 동안 고향땅을 밟아보지도 못했다. 서울에 주소지를 두고 1982년부터 제주도를 오르내리며 사진 작업을 하다가 그 아름다움에 빠져, 1985년부터 아예 제주도에 정착을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바닷가와 중산간, 한라산과 마라도를 비롯한 섬 구석구석 그의 발길이 머물지 않은 데가 없다. 그가 사진으로 찍지 않은 것은 제주도에 없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노인과 해녀, 오름과 바다, 들판과 구름, 억새 등 제주의 모든 것을 사진으로 찍었다. 그러느라 밥 먹을 돈을 아껴 필름을 사고, 배가 고프면 들판의 당근이나 고구마로 허기를 달랬다. 섬의 ‘외로움과 평화’를 찍는 사진 작업은, 수행이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 그의 영혼과 열정을 모두 바친 것이었다.
버려진 초등학교를 찾아내어 창고에 쌓여 곰팡이 꽃을 피우고 있는 사진들을 전시할 갤러리로 꾸미기 위해 초석을 다질 무렵, 사진을 찍을 때 셔터를 눌러야 할 손이 떨리기 시작했고 이유 없이 허리에 통증이 왔다. 결국 카메라를 들지도, 제대로 걷지도, 먹지도 못할 지경이 되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은 루게릭병이라고 진단을 내렸다. 병원에서는 3년을 넘기기 힘들 거라고 했다. 일주일 동안 식음을 전폐하고 누웠다가 자리를 털고 일어나, 점점 퇴화하는 근육을 놀리지 않으려고 손수 몸을 움직여 사진 갤러리 만들기에 열중했다. 이렇게 하여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이 2002년 여름 문을 열게 되었다.
그리고 투병 생활을 한지 6년 되던 해 2005년 5월 29일, 김영갑은 그가 손수 만든 두모악 갤러리에서 고이 잠들었다. 그의 뼈는 두모악 갤러리 마당에 뿌려졌다. 이제 김영갑은 그가 사랑했던 섬 제주, ‘그 섬에 영원히 있다.’
www.dumoak.com
작고 보잘것없는 곳에 숨겨두신 희망 / 황대권
시작을 위한 이야기
1부 섬에 홀려 사진에 미쳐
세상에서 제일 뱃속 편한 놈
그 여름의 물난리
외로운 노인들의 말벗
고향이 어디꽈? 빈 방이 없수다
울적한 날에는 바느질을
지키지 않아도 좋은 약속
나는 바람을 안고 초원을 떠돈다
오름에서 느끼는 오르가슴
산을 넘으면 또 다른 산이
한라산 기슭의 노루가 되다
어머니의 쌈지
상처투성이 아버지의 죽음
결혼도 못하는 소나이놈
영개바, 나이 들엉 어떵허려고
나의 전속 모델
뭍의 것들, 육지 것들
믿을 수 없는 일기예보
아름다움은 발견하는 자의 몫
떠나보내는 심정
다시 마라도
내 삶의 길라잡이
2부 조금은 더 머물러도 좋을 세상
동백꽃은 동박새를 유혹하지 않는다
혼자 부르던 노래마저 그치니
어둠 속에서 길을 잃다
몰입의 황홀함
유효 기간
기다림은 나의 삶
단 한 번도 사랑한다 말하지 못했다
누이는 말없이 나를 길들였다
여우와 두루미의 식사 초대
길 끝에서 또 다른 길을 만나다
폭풍우 속에서도 태양은 떠오른다
한겨울에 숨어 있는 봄
이어도를 훔쳐본 작가 / 안성수